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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찾아온 더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마을의 한 시장 ! 그 이유는 바로바로 - 겉은 바삭 속은 촉촉 ↑ 겉과 속이 다른 맛이 장점이라는 이 집 비어 치킨 때문.
사장님. 어떻게 이런 음식을 생각하시게 된 건가요 ~ ?
"하하, 믿지 않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전에 전생 체험을 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 어느 주, 점 주인 ···.&
이윽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잡음과 함께 개량 주크박스는 입을 다물었다. 덕분에 나무 장작 타들어 가는 소리를 배경 삼아 인간은, 저만치 밀려가던 잠 속에서 뒤늦게 끌려 나온다. 채 쓸려내려 가지 못한 졸음의 잔여물이 눈꺼풀을 끌어내렸지만, 어물어물 눈을 뜨다 결국 몸을 일으킨다. 훈연기 바깥으로 일렁이던 불그림자가 거의 사그라져 가는 때문이었다. 어떤 핑계도 곧 식량의 모습을 하지 않게 될 훈연기 속 미래를 이길 수는 없었다.
팔을 쭉 늘리다가 힘을 풀어 크게 숨을 뱉었다. 그것으로 등 어깨의 노곤함을 좀 털어내고 까슬거리는 나무 문을 손으로 밀어 연다. 기름칠이 잘 안된 경첩이 마찰하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 쨍 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과거로부터 온 찬사이자 만끽하는 자유다.
찬란하게 쏟아져 손으로 작은 차양막을 드리웠다. 햇빛이 붉게 통과한 살갗 너머로 푸르게 빛나는 하늘. 네모난 구름. 풍경이 제각기 선명한 빛을 뿜어냈다.
저도 모르게 해를 찾다 눈을 질끈 감았다. 자유의 사사로운 부작용이었다. 시려워서 한참을 뜨지 못했다. 이제 해는 감은 눈꺼풀 안에 있었고, 타들어가는 듯한 잔상이 밝게 저문 시야 안을 내내 따라붙었다. 선명하게 새겨진 흔적. 오색으로 일렁이는 해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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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시린 눈을 깨워 발을 디뎠다. 곧바로 ㄱ자로 돌아 판자로 얼기설기 지어진 창고 앞에 섰다. 집과 벽 하나를 맞대고 있어 가깝긴 했지만 입구가 나란해 항상 이렇게 돌아 들어가야만 했다. 이왕 이렇게 짓는 거 가운데 문도 하나 내지. 들락날락하기 쉽게. 제가 지은 것도 아니면서 인간은 문을 여는 손 끝에 그런 아쉬움을 담는다.
그러나 그런 소망을 직접 실현할 의향은 없어서, 인간은 칸칸이 놓인 상자를 하나하나 열어보며 땔감으로 쓸 나무나 말린 켈프 따위가 더 남아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뿐이었다.
없으면 ~ 나가야 하는데 ···.
운율이 붙은 문장을 중얼거렸다. 광활한 들판을 사치스럽게 누리려고 멀게 찾은 터였다. 숲으로도 바다로도 나가려면 한참이고 그러면 아마도 돌아오지 않게 되겠지. 그러나 모르는 사이에 상자는 벌써 텅 비어, 바닥을 훑어 겨우 판자 몇 개와 켈프 몇묶음을 받쳐 안았다. 다른 건 아직 좀 있는데. 떠돌이 상인이 오길 기다리는 건 너무 무모한가. 울타리에 묶인 라마 무리를 지긋이 보며 걷다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장작을 와르르 쏟고 훈연기를 열었다. 이젠 연기도 올라오지 않는 훈연기 바닥에서 잿더미가 가볍게 흩날린다. 적당히 정돈하고 판자 원목 할 것 없이 모아 가지런히 얹어 기다리면 채 꺼지지 않은 불씨가 느리게 새 장작으로 옮겨붙는 게 보였다.
곧 훈연기 바깥으로 연기가 샌다. 그제서야 인간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안에는 아직 절인 고기가 꽤 남아있다. 긁어모은 땔감은 기껏해야 이 고기를 다 익히는 것으로 끝날 분량이다. 이미 결론이 난 문제를 도피하듯 한번 되짚다가 인간은 결국 지난 달에 수확한 밀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해본다. 빵을 몇묶음은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먼저 그런 생각을 하고, 이어서 효율이 나빠 효율이. 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런 혼잣말이 흘러나올 때는 이미 푹신한 양털 위에 다시 몸을 누인 다음이었다. 모로 누워 반을 푹 파묻었다. 잠기듯 노곤해져 눈을 감는다. 이대로 다시 잠에 빠져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심어놓은 건 얼마나 자랐지? 떠오르는 물음에 등받이를 붙잡아 휘청이듯 몸을 세웠다.
집 뒤뜰에 조그맣게 일궈둔 동구 밭은 마침 이 소파 뒤에 있었다. 고개를 기울이자 미미하게 물얼룩이 남은 유리 너머로 밀 줄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그것도 노랗게 익어가는 게 곧 수확이 머지않아 보였다. 멍하니 응시하다 곧 늘어지듯이 다시 몸을 눕혔다.
이대로 누워있고만 싶은 건 다분히 좋은 날씨 때문이기도 하고, 한곳에 오래 눌러앉아 몸이 좀 누그러진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디 마을을 하나 잡을 걸 그랬나 돌이켜보기도 하지만 누워서 보는 문밖 드넓은 평원에 그런 맘도 싹 가시고, 때문에 돌아 누워 천장을 보다가 적당히 손을 휘둘러 잡히는 대로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셜커의 딱딱하면서도 반들반들한 촉감을 고스란히 닮은 상자였다. 열어보면 출처가 뻔히 보이는 갑옷과 도구가 가방 속 빵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다. 꺼내 바닥에 대충 내려놓은 다음 새로 가져갈 물건을 손에 꼽아본다. 어디 보자. 빵이랑 고기, 전에 담근 술이랑 빈 셜커상자도 하나 챙겨가야 하고 ···.
짐이 좀 늘었네.
해서 인간은 간만에 자신의 첫 모험을 떠올린다. 그건 엄밀히 말해 '첫' 모험은 아니었지만.
꼬박 마을 두개를 뒤집어가며 시작된 모험. 물론 그는 그 후로도 마을을 수십 개는 더 뒤집어놓았으므로 그렇게 유난하게 꼽을 사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마을을 두 번이나 무너뜨린 건 그게 마지막이라서 인간은 약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 어디다 제보 안 한 걸 감사히 여겨야지.
그러나 그런 말로 인간은 그 모든 전후 사정을 일축한다. 세 번은 안 뒤집었잖아. 그것도 하나의 설명이다.
그러고보니까 프랑켄수타인이 뭐 이장한다 어쩐다 하지 않았었나. 이별의 순간이 문득 떠오른다. 이제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이다. 인간 기준에서는 그것도 꽤 긴 세월일테지만 아직도 엊그제 같은 건 흡혈귀로 오래 살아온 때문일 거라고 인간은 생각했다. 시간 감각이 그렇게 단숨에 뒤바뀌지는 않는 모양이라고.
듣자하니 유령은 환생을 한 모양이고. 그것 말고는 안부를 모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알아서들 잘살고 있겠거니 한다. 하다못해 저기 유령도 사업을 하는데 어떻게든 살겠지.
근데 쟤는 그 사이에 비어 치킨을 어떻게 봤대.
닭고기 익어가는 냄새에 그런 불만을 뒤섞는다.
마을 겹치면 우리 집에 원조라고 써 붙여놔야지.
인간은 요즘도 가끔 지나가다 마을을 보면, 아니다 정정. 마을을 봤는데 아직 삶에 여유가 좀 있으면 장터에 자리를 잡고 자그만 주점을 연다. 푸념은 사절. 기묘한 듯 기묘하지 않은 술은 시그니처다.
괴물 마을에 살 때는 아주 독하게 빚어 팔던 걸 좀 희석해 만든 신제품이다. 이걸로 돈을 쏠쏠하게 벌었지. 여기서 '쏠쏠하게'는 매상은 기본, 가끔 술에 취해 무방비하게 '제공'해주는 고객의 재산을 포함한다.
모험 오 년 안에 이미 우민 퇴치며 드래곤 잡이며, 궁금한 건 다 해본다고 벌어놓은 재산이 좀 됐지만 준다는 걸 거절할 생각은 없고 약간의 유흥이기도 하다. 아 에메랄드를 좀 챙길까? 더듬거리며 소파 옆에 놓인 통을 연 인간이 안을 뒤적거리며 주머니를 하나 챙겨들었다. 차르르 돌 부딪히는 소리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그리고, 그리고 또 ···.
생각을 잇다보니 또 귀찮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할 필요가 있나? 고개를 슬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이 집도 어차피 이제 버리고 갈 건데. 대충 필요 없는 물건은 기부하는 셈 치면 되고. 바깥에 일궈둔 밭도 그냥 둬도 될 것 같다.
만들기 귀찮은 도구만 좀 더 챙기고 ···. 모르겠다. 그냥 일어날까. 생각 한 번에 지금까지 피워온 딴청이 무색하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침 고기가 다 구워진 건 타이밍이 좋았다.
이왕 떠나는 거 다음엔 바다에 살아야지. 그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해변 마을 습격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이후에 대성공을 이룰 미래를 모르는 채로 인간은 허리춤에 네더라이트 도끼를 하나 찬다. 푹 익은 닭고기들도 수수종이로 한번, 주머니로 한번 더 감싸 챙기고, 방금 정리한 상자를 주머니 속에 잘 밀어넣은 인간이 다시 한번 기지개를 쭉 켰다.
결정을 좀 미룬 탓에 곧 금방 해가 질 것도 같았지만. 뭐 어때. 아니다 싶으면 나무 위에서 좀 자지 뭐. 하고 인간은 낙관적인 미래를 그린다. 숨을 내쉬며 쭉 늘리던 팔을 떨어뜨리고, 그 기세에 허리를 한번 숙였다가 천천히 몸을 세우면서.
밀어젖힌 문 바깥으로는 세상이 있었다. 들이마시는 숨에 햇볕 타는 고소한 냄새가 섞인다. 따스하게 피부를 감싸오는 햇볕의 감촉과 짊어진 무게를 몸에 익히며 인간은 그 바깥으로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여느 때와 같이 또한 모험의 시작이었다. 녹황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 동물 우는 소리. 발등을 스치는 풀잎 감촉과 움직일 때마다 서로 부딪혀 절그럭거리는 주머니 안. 앞을 모르는 미지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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